School of Origins



Artist: Guru

Album: Jazzmatazz, Vol. 1 (1993)

Label: Chrysalis Records


힙합 역사에 큰 자취를 남겼던 1MC 1PD 체제의 듀오 Gang Starr의 반쪽 Guru는 수많은 주옥 같은 라인들과 자신만의 목소리로 유명한 엠씨입니다. 그가 Gang Starr의 일원으로서 만들어낸 전설뿐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힙합 역사에 엄청난 기여를 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가 재즈 음악과 힙합/랩 음악을 접목시킨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Jazzmatazz, Vol. 1> (1993)은 역사상 처음으로 DJ나 프로듀서의 비트가 아닌 재즈 밴드가 참여했던 힙합/랩 음악 앨범으로, 여전히 수많은 재즈 랩 혹은 재지 힙합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과 아티스트들에게는 클래식 앨범으로 남아있습니다.


인트로부터 Guru는 이 앨범이 힙합과 라이브 재즈가 접목되었다는 점과, 힙합 음악과 재즈 음악 안에 숨겨져있는 철학적인 면에 대해 소개를 하는 나레이션으로 시작을 합니다. Guru의 랩은 그의 다른 작업물에서도 그랬듯이, 화려하기보단 오히려 매우 직선적인 플로우를 구사하지만 견고하게 구성되어있는 라임과 함께 비트과 궁합을 이루는 모습을 이 앨범에서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는 트랙 "Loungin'"에서는 Guru 특유의 멋스러운 가사로 앨범을 열어갑니다. 또한, 이 앨범이 하드코어 MC와 여유로움을 갖춘 재지한 사운드가 어떻게 하나로 조화를 이루었는지 확실히 보여주는 트랙이기도 합니다. "Transit Ride"는 Brooklyn에서의 거친 삶과 대중 교통에서의 사건들을 그려내며 주제의 긴박함을 줍니다. 이 곡에서 스크래치는 힙합다운 느낌과 함께 New York이라는 도시에서의 약간은 어두운 면을 형상화시키도록 도움이 되는 작용을 합니다. 유사한 주제의 트랙으로는,  "Down the Backstreets"가 있으며 이 트랙에서는 Guru가 자신이 '뒷골목' 출신임을 당당하게 드러낼 뿐 더러, 그의 출신과 다른 사람들을 비교하며 자신의 강인함을 증명합니다. 


도시와 게토의 삶을 논하는 주제뿐만이 아니라, 삶의 철학에 대해 다루는 트랙은 힙합다우면서도 재즈의 풍미가 얼큰하게 혼합되어있는 앨범임을 증명합니다. 예를 들면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No Time To Play"는 살아가면서 놀면서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점 그리고  "Take A Look (At Yourself)"에서는 자신을 돌아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리스너들에게 힙합 음악의 참된 면모인 철학적인 부분을 보여줍니다. Guru의 주 전공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하드코어한 랩핑을 볼 수 있는 "Slicker Than Most"나 "Le Bien, le Mal" 같은 트랙이 있습니다. 프랑스어로 '착한 사람, 나쁜 사람'을 뜻하는 "Le Bien, le Mal"은 프랑스 출신 랩퍼 MC Solaar의 참여로 트랙 내의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주며 Guru와 함께 랩을 주고 받습니다. 


하지만 힙합 앨범이라면 빠질 수 없는 러브 송은 역시 이 앨범에도 존재합니다. "When You're Near"에서는 그루비한 재즈 사운드 위에서 사랑 이야기를 전개시키지만, "Trust Me"에서는 씁슬한 맛이 섞여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인트로에서뿐만이 아니라 "Respectful Dedications"에서도 랩 대신 나레이션을 통해 Guru는 수많은 사람들을 언급하며 존경을 표합니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은 "Sights In The City"로, Guru는 게토에서 힘겹게 살아가며 삶과 죽음을 맞는 사람들의 눈물겨운 모습을 스토리텔링식으로 풀어나가며 다소 성급한 느낌을 주며 앨범의 끝을 맺습니다.


이 앨범은 초점은 Guru의 랩에만 있기보단, 수많은 재즈 아티스트들의 참여 또한 눈이 부십니다. 피아노와 트럼펫에 Donald Byrd, 키보드에 Simon Law가 있으며 색소포니스트 Brandford Marsalis, 건반에 Lonnie Liston Smith 그리고 비브라폰에 Roy Ayers 등 재즈 음악을 논할 때에 빠지지 않는 이름들을 이 앨범에서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들의 음악이 힙합 음악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는 점에 감탄과 박수를 보내 마땅합니다.


비록 당시에는 A Tribe Called Quest 혹은 Digable Planets와도 같은 아티스트들의 앨범은 재즈 음악을 샘플링하며 힙합과 재즈 음악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재즈 밴드와 함께 한 힙합/랩 음악 앨범은 Guru의 시도가 처음이라는 점에 공로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들쑥날쑥하기도 한 앨범 전개와 갑작스러운 앨범의 마무리가 아쉽게 느껴지지만, Guru가 힙합 음악에 있어서 (재즈 밴드와 함께 합작했다는) 실험적이면서도 (흑인 중심주의 그리고 올드스쿨 힙합 특유의 사운드를 표방하는) 보수적인 접근은 아직도 재즈 랩과 재지 힙합의 전신이 되고 있다는 점에 이 앨범을 또 하나의 상징적인 힙합 앨범이라고 칭하고 싶습니다.


Posted by. 이선엽


트랙리스트:

1. Introduction

2. Loungin'

3. When You're Near

4. Transit Ride

5. No Time To Play

6. Down The Backstreets

7. Respectful Dedications

8. Take A Look (At Yourself)

9. Trust Me

10. Slicker Than Most

11. Le Bien, le Mal

12. Sights in the City


(Guru - "Le Bien, le Mal" (Feat. MC Solaar) Music 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