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ool of Origins


Artist: Ol' Dirty Bastard

Album: <Return to the 36 Chambers: The Dirty Version> (1995)

Label: Elektra Records


힙합 음악의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더티하고 악동스러우면서도 영향력이 있었던 아티스트 한 명을 지목해보라면 Wu-Tang Clan의 Ol' Dirty Bastard일 것입니다. 그의 첫 데뷔 앨범 <Return to the 36 Chambers: The Dirty Version> (1995)는 당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또라이'스럽고 하드코어한 랩 아티스트들에게는 좀 더 한발짝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며 청사진이 되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평론가들에 의해 좋은 평점을 받으며 1996년 Grammy 최고 랩 음반 상의 후보에 오를 정도의 본작을 한번 뜯어봅시다.


인트로부터 나레이션 (Ol' Dirty Bastard 본인) 그리고 이야기의 주제는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락가락합니다. 자신을 James Brown (제임스 브라운/ 소울 음악의 '대부')라고 소개하기도 하다가 다른 이름으로 소개하기도 하다가,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흐느끼기도 합니다. 인트로를 들었다면, 앨범 전체를 들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끄지는 말아주세요


흥얼거리듯 랩하기도 하고, 건성으로 뱉기도 하고, 중얼중얼거리기도 하고, 소리를 꽥꽥 지르기도 하는 이 사람은 정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질 정도입니다. 이 괴짜스럽고 생각 없는듯한 랩핑이 그저 횡설수설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그 안에 놀랍도록 엄청난 짜임새가 있고 내용이 가득하고 수많은 옛날 아티스트와 음악에 대한 레퍼런스와 오마주와 함께 엄청난 오리지널리티와 독창성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Intro" 트랙에서는 Blowfly의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기존 Wu-Tang Clan의 여느 곡과 마찬가지로 중국 무협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와 칼 부딪히는 소리가 차용되기도 했습니다 그 어떤 곡이 명곡이라고 할 수도 없이 엄청난 구조와 재치를 볼 수 있는 트랙들이 줄줄이 이어져있는데, 만취나 환각 상태인 것처럼 들려도 이 내면에서는 엄청난 내용물과 진지함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Wu-Tang Clan과 그리고 연계된 수많은 이들에 대한 찬사를 표하기도 하며 ("Brooklyn Zoo", "Raw Hide" 등) 자신의 어릴적부터 살아왔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엄마 뱃속에서 나왔을 때 복지 수당을 받고 있었지. 26살이 됐고 여전히 복지 수당을 받지"). 악동처럼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터뜨리기도 하고, 폭력과 마약 그리고 술에 대한 이야기도 서슴없이 털어놓습니다. 


앨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Wu-Tang Clan의 1집은 그저 간보기였다는듯이, 더욱 "dirty"한 회귀에서 뻗어나가 엄청난 잔인함과 거칠은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의 이름을 빼놓으면 섭섭할 RZA의 프로덕션 또한 그가 아니였더라면 누가 이 정도 Ol' Dirty Bastard과의 호흡을 보여줬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으로 빛을 발합니다. 피쳐링부터 프로덕션진까지, 그리고 내용과 앨범 전체에서 품고 있는 그 바이브까지 전부 다 하나부터 열까지 우탱스럽습니다.


힙합 음악의 역사상 가장 독특하고 '또라이' 혹은 '미친놈' 컨셉트의 대부와도 다름없는 그의 앨범입니다. 만약 Method Man의 <Tical> (1994)는 앨범 제목처럼 달콤한 대마 시가였다면, 본작은 마치 땀냄새로 가득한 퀘퀘한 방에서 40 oz.짜리 맥주를 마시며 들이마시는 코카인에 비유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해본 적은 없어요 마약 사범 신고는 127). 오늘날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발악하며 '또라이' '미친놈' 컨셉트로 활동해도, Ol' Dirty Bastard를 따라갈 수는 있을까요? 

Rest In Peace, Ol' Dirty Bastard

Russell Tyrone Jones (1968.11.15 - 2004.11.13)


Posted by. 이선엽


트랙리스트:

1. "Intro"

2. "Shimmy Shimmy Ya"

3. "Baby, C'mon"

4. "Brooklyn Zoo"

5. "Hippa to da Hoppa"

6. "Raw Hide" (Feat. Raekwon & Method Man)

7. "Damage" (Feat. GZA)

8. "Don't U Know" (Feat. Killah Priest)

9. "The Stomp"

10. "Goin' Down" 

11. "Drunk Game (Sweet Sugar Pie)"

12. "Snakes" (Feat. Killah Priest, RZA, Masta Killa & Buddha Monk)

13. "Brooklyn Zoo II (Tiger Crane)" (Feat. Ghostface Killah)

14. "Proteck Ya Neck II The Zoo" (Feat. Brooklyn Zu, Prodigal Sunn, Killah Priest, & 60 Second Assassin)

15. "Cuttin' Headz" (Feat. RZA)


Artist: Method Man

Album: <Tical> (1994)

Label: Def Jam/PolyGram Records


1993년에 발매된 이후 당시 힙합 씬과 판도를 완전히 잡아버리며 새로운 흐름의 기준점이 된 Wu-Tang Clan의 <Enter The Wu-Tang: 36 Chambers>는 힙합 역사 중에 손에 꼽히는 클래식 앨범이라고 할 수 있죠. 영화 <Shaolin and Wu Tang> (1983) (국내에서는 <소림여무당 (少林與武當)>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짐) 등 중국 무술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Wu-Tang Clan이 "C.R.E.A.M", "Bring Da Ruckus" 등 명곡을 남긴 이 앨범은 Wu-Tang Clan의 소위 '더럽고 지저분한' 느낌의 비트와 랩핑 그리고 공간감으로 유명한데, 그러한 특징이 Wu-Tang Clan의 정체성이 되어주었으며 차기 앨범들과 멤버의 솔로 앨범들에도 유일무이한 색채를 칠해줬습니다. Wu-Tang Clan의 첫 앨범에서는 두 곡의 솔로 트랙이 있는데, GZA의 "Clan In The Front" 그리고 그 유명한 Method Man의 "M.E.T.H.O.D. Man"입니다. Method Man은 자신의 독특한 색채와 폭 넓은 인용구들을 사용하는 등 재치있는 가사로 자리매김을 확실히 했으며, 히트곡인 "C.R.E.A.M."에서도 훅 부분에서 활약하며 짧고 굵은 눈도장을 찍었죠. 


Wu-Tang Clan의 첫 앨범이 발매된 그 다음 해 1994년, Method Man의 솔로 앨범 <Tical>을 발매했습니다.

Method Man은 메이저 힙합/랩 음악 레이블 Def Jam Recordings와 계약을 한 이후 Wu-Tang Clan에서 가장 처음으로 솔로 앨범을 공개한 멤버이며, Wu-Tang Clan의 정신적 지주와도 다름 없는 RZA가 앨범의 메인 프로듀싱을 맡았습니다.


본작은 다소 은은하게 "Tical"로 시작을 열더니, 다소 일관된 스타일의 트랙들과 함께 이어지는 괴상하고 하드코어한 사운드의 향연을 펼쳐나갑니다. 특히 "Bring The Pain"은 가사에서 말하듯이 뇌의 깊숙한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묘미를 청자에게 선사하며, 후렴 부분에서는 보컬은 어두운 느낌에 더욱 괴기함을 더해주는 라가 보컬은 재치있게 차용됩니다 (Ninja Man의 "Test the High Power").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는 잔인한 사운드는 마치 액션 영화 한 편처럼 쉬지 않고 계속되는 트랙들을 자랑하는데, 특별히 "Meth vs. Chef"는 Method Man과 동료 Raekwon이 대결을 펼치듯 랩을 주고 받는 모습으로 엄청난 쾌감과 재미를 선사하며, 이 트랙에서 두 Wu-Tang의 멤버들의 호흡과 각자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가히 환상적이라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에서는 "난 괜찮아"로 알려진 명곡 "I Will Survive"의 멜로디를 차용한 "Release Yo' Delf"의 후렴은 짜릿하면서도

청량한 보컬과 함께 Method Man의 랩핑이 어우러집니다. "P.L.O. Style"이나 "Bring The Pain" 같은 하드코어 트랙이 있는 반면, (전혀 그렇게 들리지는 않지만) 사랑 노래인 "All I Need"로 Mary J. Blige와 호흡을 맞추며 자신만의 (그리고 Wu-Tang스러운) 스타일로 애정 넘치는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도 합니다.


<Tical>은 어떤이에게는 하드코어 힙합의 큰 획을 그린 앨범일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고 먹먹한 소리가 반복되는 과도하게 무거운 한 끼 식사가 될 수도 있겠죠. 거칠고 까슬까슬한 목소리와 정제되고 조예 깊은 가사가 시너지를 이룬 Method Man의 랩핑은 GZA의 프로덕션 위에서 빛을 발합니다. 


본작은 마블이나 DC 코믹스 부럽지 않은 세계관을 구축함과 동시에 실력과 독창적인 스타일을 증명한 <Enter The Wu-Tang: 36 Chambers>의 연장선이자 속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Method Man이 말했듯, 그와 그의 스타일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면 Method Man에게서 멀리 떨어져있는게 나을겁니다 ("Hey, you, get off my cloud/ You don't know me and you don't know my style"). 본작의 제목은 감미료나 향정신성 물질과 함께 말아올린 대마초 시가를 뜻하는 슬랭 단어 "tical"에서 따온 것처럼, 이 앨범을 마치 달콤하면서도 마약처럼 조금은 위험하게 즐겨보기를 권합니다.


Posted by. 이선엽


트랙리스트:

1. "Tical"

2. "Biscuits"

3. "Bring the Pain"

4. "All I Need" (Feat

5. "What the Blood Clot" 

6. "Meth vs. Chef" (Feat. Raekwon)

7. "Sub Crazy"

8. "Release Yo' Delf" (Feat. Blue Raspberry)

9. "P.L.O. Style" (Feat. Carlton Fisk)

10. "I Get My Thang in Action"

11. "Mr. Sandman" (Feat. RZA, Inspectah Deck, Streetlife, Carlton Fisk, Blue Raspberry)

12. "Stimulation"

13. "Method Man" (Remix)



Artist: Various Artists

Album: Christmas on Death Row (1996)
Label: Death Row Records

90년대를 풍미하던 여러 레이블이 있지만, 서부 힙합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Death Row Records일 것입니다. Dr. Dre부터 Snoop Dogg, 2Pac, Kurupt, Daz Dillinger 그리고 Nate Dogg까지 서부 힙합의 역사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이름들이 한때는 한솥밥을 먹던 시절 (실제로 밥을 먹진 않았겠죠), Death Row는 최고의 주가를 달리곤 했습니다.


특히, Tha Dogg Pound은 1995년 <Dogg Food> 데뷔 앨범으로 자리 매김을 했었고, Snoop Dogg과 2Pac은 이미 몇 장의 앨범으로 당시 상업적 성공을 거머쥐었던 상태였으며 (본작이 발매되었을 때에는 2Pac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수많은 사운드트랙의 참여 등으로 레이블은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었던 때 - 크리스마스 앨범은 힙합 팬들, 특히 서부 힙합 팬들에게는 아주 반가웠을 법한 소식이였을 거라 생각됩니다.


앨범의 중점은 크리스마스라는 분위기와 G-Funk라는 스타일을 어떻게 조화롭게 접목시켰느냐일텐데요, 첫 트랙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치고 들어가는 Snoop Dogg의 트랙은 리스너들의 기대감을 안겨주며 귀를 활짝 열어둡니다. 원래는 갱스터다운 과격한 사운드를 자랑하던 그와 다르게, 매끄러운 베이스라인과 함께 여유로운 드럼 위에 펼쳐지는 게토에서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게 들립니다. 특히, 이 트랙에서 Daz의 랩핑은 가히 환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로 이어지는 트랙들은 90년대 특유의 R&B/Soul과 G-Funk의 혼합된 음악들의 향연들로, 크리스마스 느낌들을 물씬 내고 있습니다. 다수의 곡들은 웬만한 이들은 다 알만한 크리스마스 캐롤들을 새롭게 재창조해내 반가움과 신선함을 동시에 청자들에게 선물하고 있습니다. ("Silver Bells", "Silent Night", "O Holy Night", "White Christmas") 단연 부드러운 트랙들 중에 최고의 트랙은 Nate Dogg이 참여한 "Be Thankful"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이 곡은 겨울의 분위기를 풍기며 Nate Dogg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로 트랙을 수놓습니다.


이 앨범에서 특히 찬사를 보내주고픈 점은, 사실상 본작을 지배하는 흐름은 소울 풍의 부드럽고 말랑한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랩퍼들은 너무 그 분위기를 과하지도 부족하기도 않게 이어나가면서도 본인들의 랩핑과 특색을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I Wish"나 "Party 4 Da Homies"에서 그 부분을 느껴보기를 권합니다.


본작은 힙합 레이블에서 발표한 앨범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은 채로 또 크리스마스 앨범이기도 하는 이중적인 면을 보여줍니다. 쉽게 말해,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물로 길거리가 뒤덮인 추운 겨울날에 끄덕이며 부드럽게 그루브를 즐기며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G-Funk와 R&B 풍의 앨범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Posted by. 이선엽


트랙리스트:

1. Snoop Dogg - "Santa Claus Goes Straight to the Ghetto" (Feat. Daz Dillinger, Nate Dogg, Tray Deee, Bad Azz) (Prod. by Snoop Dogg)

2. Danny Boy - "Christmas Song" (Prod. by Kevyn Lewis)

3. Tha Dogg Pound - "I Wish" (Prod. by Daz Dillinger) 

4. Michel'le - "Silver Bells" (Prod. by Kevyn Lewis)

5. Danny Boy - "Peaceful Christmas" (Prod. by Kevyn Lewis)

6. O.F.T.B. - "Christmas in the Ghetto" (Prod. by O.F.T.B.) 

7. B.G.O.T.I. ft. 6 Feet Deep, Guess - "Silent Night" (Prod. by Kevyn Lewis)

8. Nate Dogg & Butch Cassidy - "Be Thankful" (Prod. by Sean 'Barney' Thomas) 

9. 816 - "On This Glorious Day" (Prod. by (Uncredited))

10. 6 Feet Deep - "Frosty the Snowman" (Prod. by Kevyn Lewis)

11. B.G.O.T.I. - "O Holy Night" (Prod. by Kevyn Lewis)

12. J-Flexx - "Party 4 Da Homies" (Feat. Sean 'Barney' Thomas) (Produced by Sean 'Barney' Thomas) 

13. Guess - "White Christmas" (Prod. by Kevyn Lewis)

14. Danny Boy - "This Christmas" (Prod. by Kevyn Lewis)

15. 6 Feet Deep -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Prod. by Kevyn Lewis)

16. Guess - "Christmas Everyday" (Prod. by Kevyn Lewis)



Artist: John Legend & The Roots

Album: Wake Up! (2010)

Label: G.O.O.D. Music/Columbia Records


John Legend는 G.O.O.D. Music 소속의 아티스트로, 미국의 R&B/소울 계에서는 엄청난 네임 밸류를 가졌으으며 Kanye West, Dilated Peoples, Jay-Z 등 수많은 힙합 아티스트들의 트랙에도 피쳐링을 했던 독특한 목소리의 소유자입니다. 그 반면,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The Roots는 엠씨 Black Thought과 드러머 Questlove가 주축으로 결성된 힙합 밴드이며, 미국 NBC에서 방영되는 토크쇼 "Late Night with Jimmy Fallon"에서 하우스 밴드를 맡으며 대중의 주목을 얻었습니다.


본작에서는 흥미롭게도, Marvin Gaye나 Donny Hathaway와 같은 아티스트들의 노래들을 비롯해 6-70년대의 유명한 소울 곡들을 리메이크했으며 록에서 레게 그리고 힙합까지 폭 넓은 다양한 음악적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융화시킨 연주를 접할 수 있습니다. Questlove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을 매우 독특하게 커버해냄으로서, 이 곡들이 리메이크인지 알기 위해서는 약간의 시간이 걸릴 법한 음악"을 선보이겠다고 했으며, 본 앨범에서는 "Shine"만이 유일한 오리지널 트랙인 "Shine"을 제외하고는 기존의 곡들을 재창조하며 새롭게 표현해냈습니다.


비록 Black Thought은 The Roots의 MC이지만, 다소 아쉽게도 이번 앨범에선 두 곡에서만 ("Wake Up Everybody (Live In Studio)"를 제외하고) 랩핑을 맡았습니다. 그러나 힙합 팬이라면 반가울 법한 이름인 Common과 CL Smooth의 참여를 볼 수 있는데, 특히 Common가 랩으로 피쳐링한 "Wake Up Everybody"는 가사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 ('기상'하라는 메시지) 그리고 음악적 스타일은 Common과 완벽히 어우러짐을 볼 수 있으며, Common의 <Like Water For Chocolate> (2000)에서의 그의 모습을 연상시키도 합니다.


워낙 탁월하다고 할 수 있는 John Legend의 보컬은 이 앨범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그러나, 그의 한결같이 파워풀한 가창력이 본작에서 펼쳐지는 꽉 찬듯한 The Roots의 연주와의 조합에서는 강약을 주지 못 한 채, 약간의 에너지의 과잉을 만들어내 듣는 이에게는 피로감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앨범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본작에서는 사회적으로 의식 있는 가사와 함께 프로덕션이나 음악적 배경에서도 흑인들, 즉 미국의 흑인들을 염두에 둔 면이 많습니다. 위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이 앨범에서는 소울 곡들을 리메이크한 트랙들이 많은데, 원곡의 느낌이나 특징을 파괴하지 않은채로 신선하면서도 가장 The Roots답게 재조명했습니다. "Humanity (Love The Way It Should Be)"는 John Legend와 The Roots가 그들만의 방식으로 레게 곡을 재탄생시키며 소화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Little Ghetto Boy (Prelude)"에서 게토의 거칠은 삶과 한 소년의 꿈을 그리는 Malik Yusef의 스포큰 워드는 엄청난 임팩트를 만들어내며 그 다음 트랙 "Little Ghetto Boy"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줍니다.


<Wake Up!> (2010)은 미국의 사회와 흑인들을 향해 일어나라는 강한 메시지와 함께 옛날 곡들을 재조명함으로서 뿌리를 지키려는 섬세한 의도가 느껴지는 앨범입니다. 그저 John Legend라는 가수가 The Roots라는 힙합/네오 소울 밴드와 함께 합작한 앨범을 넘어, 더욱 더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계속 새로운 음악을 원하는 이 시대에, 대다수가 잘 알지 못 하는 곡들을 다시 새롭게 선보였다는 점에 찬사를 보냅니다.


Posted by. 이선엽


트랙리스트:

1. Hard Times (Feat. Black Thought)

2. Compared To What

3. Wake Up Everybody (Feat. Common & Melanie Fiona)

4. Our Generation (The Hope of the World) (Feat. CL Smooth)

5. Little Ghetto Boy (Prelude) (Feat. Malik Yusef)

6. Little Ghetto Boy (Feat. Black Thought)

7. Hang on in There

8. Humanity (Love the Way It Should Be)

9. Wholy Holy

10. I Can't Write Left Handed

11. I Wish I Knew How It Would Feel to Be Free

12. Shine


(John Legend & The Roots - "Wake Up Everybody (Feat. Common & Melanie Fiona)" Music Video)


Arist: Rakim

Album: The Master (1999)

Label: Universal Records


힙합 음악에 있어서 가장 보편적인 요소로 알려져있는 랩이라는 것에 있어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여겨지는 사람을 논하라면 절대 빠지지 않는 MC인 바로 Rakim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Eric. B & Rakim이라는 듀오로 1987년 첫 앨범 <Paid In Full>을 발매했으며, 듀오의 해체 이후로는 앨범 <The 18th Letter> (1997)로 솔로 데뷔를 하였고 탄탄하게 자신의 입지를 다졌습니다.


그의 두번째 솔로 앨범 <The Master> (1999)에서는 그의 더욱 확고해진 스타일을 볼 수 있는 (인트로와 interlude를 포함한) 총 17트랙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둔탁한 드럼과 무거운 베이스와 샘플링 기반의 붐뱁으로 꽉 채워졌으며, 중저음의 목소리가 쌓아나가는 강렬한 랩핑과 트랙마다 힙합적인 향기를 더욱 엄선시키고 또 가미하는 역할을 하는 스크래치를 찾아볼 수 있는 이 앨범은 단연 클래식 앨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합니다.


본작에서는 견고한 플로우 위에 탄탄한 라임을 구사하는 Rakim만의 작사 실력과 랩 스킬이 빈틈 없이 드러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Rakim만의 특징이자 그를 유명세와 함께 명예의 자리를 만들어준 그의 라이밍은 통상적으로 자주 볼 수 있는 각운보다는 마딧수에 얽매이지 않은 채로 운율을 이어나가는 다소 촘촘하게 짜여져있는 구성을 자랑합니다. 또한, 그의 가사에서 신앙과 지식 그리고 힙합 음악을 향한 직선적이며 곧은 태도가 확실히 드러납니다. 앞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이 앨범의 프로덕션의 면모를 들여다보면, 붐뱁 (boom-bap)의 냄새를 진하게 맡을 수 있습니다. DJ Premier의 인스트루멘탈이자 Rakim과 DJ Premier과의 최상의 호흡을 보여준 "When I Be On Tha Mic"는 단연 이 앨범의 필청 트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Rakim의 음악의 특징은 '클럽 튠' 혹은 '하드코어 힙합' 등 이러한 사소한 카테고리로 나눌 수 없다는 정도로 여러가지 주제를 한 트랙안에 포괄하고 있다는 점과, 어떠한 피쳐링도 Rakim만의 색깔과 융화과 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I'll Be There"에서는 사랑을 얘기하지만서도 힙합다운 가사가 듬뿍 담겨져 있는 트랙으로, '애매하다'는 표현보다는 '광활하다', '포괄적이다'라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Rakim의 창작력과 스펙트럼에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 앨범은 하드코어 힙합을 사랑하는 모든 팬들에게는 엄청난 의미를 지닌 앨범이며, Rakim에게는 솔로로서 발표한 소포모어 앨범 (sophomore album: 두번째 앨범)으로서 더욱 한 발짝을 내딛게 해준 계기로 보입니다. 2013년에는 그가 25주년 앨범을 발매한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그의 차기 앨범과 앞으로도 계속될 그의 노련한 행보가 기대됩니다.


Posted by. 이선엽


트랙리스트:

1. Intro

2. Flow Forever

3. When I B on tha Mic

4. Finest Ones (Feat. Clark Kent)

5. All Night Long

6. State of Hip-hop Interlude

7. Uplift

8. I Know

9. It's the R

10. I'll Be There (Feat. Nneka Morton)

11. It's a Must (Feat. Rahzel)

12. Real Shit

13. How I Get Down

14. L.I. Interlude

15. Strong Island

16. Waiting for the World to End

17. We'll Never Stop (Feat. Connie McKendrick)


(Rakim - "When I B On Tha Mic" Music Video)



Aritst: Naughty By Nature

Album: 19 Naughty III (1993)

Label: Tommy Boy


Naughty By Nature는 1989년에 New Style이라는 그룹명으로 <Independent Leaders>라는 앨범을 발매했었지만, Naughty By Nature로 이름을 바꾼 후에 자신들의 그룹명과도 같은 셀프 타이틀 앨범 <Naughty By Nature> (1991)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며 "Yoke The Joker" "O.P.P."Everything's Gonna Be Alright" 등 많은 앨범들을 남겼습니다. 이 앨범은 Naughty By Nature의 2번째 앨범으로 여겨지며 <19 Naughty III> (1993)이라는 앨범 타이틀은 발매년도인 1993년 (나인틴 나인티 나인) 을 특별하게 표기했으며 1999년도에 발매된 앨범 <Nineteen Naughty Nine: Nature's Fury>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표기된 것이 흥미로운 점입니다.


New Jersey의 East Orange라는 도시에서 온 이 3인조 그룹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천성적으로 짓궂은' 스타일의 음악이 특징이며, Treach의 날카로운 랩핑이 돋보입니다. 그 반면, Vin Rock은 코러스를 맡거나 Treach와 몇 마디를 주고 받으며 비교적 비중이 적으며, Treach의 벌스로만 이루어진 트랙들도 있습니다.


이 앨범 <19 Naughty III>에서는 수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그러한 주제들이 Naughty By Nature를 빛나게 하며 그들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t's On Ya"과  "Written on Ya Kitten"와도 같은 트랙들이 있습니다. "The Hood Comes First"이나 "Hot Potato"처럼, 게토의 삶에 기반한 내용들 혹은 약간은 유쾌함이 섞인 하드코어한 면모가 담겨있는 트랙은 이 앨범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Shoutouts"는 고인이 된 지인들과 수많은 사람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트랙으로, 이 앨범을 깔끔하게 끝맺는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가장 큰 히트를 친 곡이자 Naughty By Nature의 대표곡 "Hip Hop Hooray"는 Treach와 Vin Rock의 랩핑 그리고 탄탄한 비트가 돋보이는 필청 트랙입니다.


앨범에서의 프로덕션은 대부분 무거운 드럼을 바탕으로 반복되는 샘플링인데, 재즈나 훵크 그리고 레게 등 다소 다채로운 느낌의 사운드를 자랑하며, 이전작들에 비해 더욱 견고해진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앨범의 전체 흐름 면에서는 무거운 베이스와 강하면서도 단순한 패턴의 드럼 사운드를 비롯한 음악적 요소로 인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본작에서는 다른 아티스트들의 참여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Heavy D나 Freddie Foxxx (현재는 Bumpy Knuckles라는 이름으로 활동)처럼 네임 밸류와 검증된 실력을 지닌 아티스트들과, 이전 앨범 <Naughty By Nature> (1991)에도 참여했었던 Queen Latifah의 목소리를 이 앨범에서도 들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작에 비해 Vin Rock의 비중과 함께 늘어난 그의 랩 스킬을 볼 수 있으며, 트랙마다 약간씩 다른 방식으로 박자를 타는 Treach의 랩 스킬은 현재 랩퍼들에게 전신이 되었다고 느껴질 정도로 실험적이면서도 혁신적이게 느껴집니다. (실제로 수많은 랩퍼들이 다큐멘터리나 인터뷰에서 Treach의 랩을 롤모델로 삼았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Naughty By Nature는 하드코어스러운 힙합의 면모를 지녔으면서도 상업적인 성공을 얻었던 극소수의 아티스트로 꼽힙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Treach는 수많은 랩퍼들의 기술적인 면에 많은 영향을 끼친 상징적인 인물로 기억됩니다. 우리도 힙합 음악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모든 이들을 기억하며 만세를 외칩시다. Hip Hop Hooray!


Posted by. 이선엽


트랙리스트:

1. 19 Naughty III

2. Hip Hop Hooray

3. Ready for Dem (Feat. Heavy D)

4. Take It to Ya Face

5. Daddy Was a Street Corner

6. The Hood Comes First

7. The Only Ones

8. It's On

9. Cruddy Clique

10. Knock Em Out Da Box (Feat. Rottin Razkals)

11. Hot Potato (Feat. Freddie Foxxx)

12. Sleepin' On Jersey (Feat. Queen Latifah)

13. Written on Ya Kitten

14. Sleep Walkin'

15. Shoutouts


(Naughty By Nature - "Hip Hop Hooray" Music Video)



Artist: Nature

Album: For All Seasons (2000)

Label: Columbia Records


New York City의 퀸스브릿지 (Queensbridge)는 수많은 MC들의 고향입니다. Nas, Mobb Deep의 Prodigy와 Havoc, 그리고 Kool G Rap 등 뉴욕을 대표하며 힙합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이들이 이 곳 출신입니다. Nature는 Queensbridge 출신의 MC이며, 동향인 Nas와 함께 The Firm (Nas, AZ, Foxy Brown, Nature)이라는 그룹의 멤버이기도 했습니다. 1997년에 The Firm은 유일한 앨범 <The Firm: The Album>을 발매하고, 각자 활동에 전념하며 사실상 그룹은 해체되었습니다.


그로 약 3년 후, Nature는 솔로 데뷔 앨범 <For All Seasons> (2000)을 발매했습니다. 인트로를 포함하여 13트랙으로 된 이 LP는 그의 역량을 보여주기 충분한 트랙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The Firm에서도 Nas나 AZ의 탄탄한 라이밍과 플로우에 비해 자리 매김을 하지 못 했던 멤버이기에, Nature가 얼마나 홀로 한 트랙이 아닌 한 앨범을 꾸준히 끌고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지가 관건입니다.


앨범의 프로덕션은 Trackmasters와 Lord Jamar의 비중이 다소 크며, 전형적인 동부 힙합의 향기를 내고 있습니다. 또한 L.E.S.와 Ski 등 몇몇 주옥 같은 곡들의 주역인 프로듀서들의 참여도 볼 수 있습니다. 잔잔한 분위기 전체적으로 보면, <For All Seasons>의 프로덕션은 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변해가는 시대에 적응해가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Man's World", "Taking The World", "Remember" 등 게토의 거칠은 환경과 변해가는 세상를 랩퍼의 관점을 바탕이 된 트랙뿐만이 아니라, 뱅어 (banger) 트랙인 "Smoke", 그리고 "We Ain't Friends"나 "Young Love"에서는 우정과 사랑 등 관계가 파투남을 이야기하는 Nature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트랙은 "Nature's Shine"인데요, 이 곡에서는 Nature가 자신의 갱스터와도 같은 삶과 도시에 대한 사랑 등을 담고 있습니다. "The Ultimate High"에서는 Nas의 참여로 두 엠씨의 조합을 다시 보여줍니다.


Nature는 처음으로 솔로로서 발표한 앨범으로서 썩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데뷔작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트랙의 마지막 트랙 "Don't Stop"에서 얘기하듯 끝까지 멈춤없이 전진하려는 Nature의 다짐에 박수를 보내며, 동부 힙합의 숨겨진 Nature라는 베테랑 MC를 계속해서 응원합니다.


Posted by. 이선엽


트랙리스트:

1. Intro

2. Man's World

3. We Ain't Friends

4. Shit Like This

5. The Ultimate High (Feat. Nas)

6. Young Love

7. Go Ahead

8. Nature's Shine

9. Smoke

10. Remember

11. Talking That Shit

12. I Don't Give A Fuck

13. Don't Stop


(Nature - "Man's World")



Artist: Guru

Album: Jazzmatazz, Vol. 1 (1993)

Label: Chrysalis Records


힙합 역사에 큰 자취를 남겼던 1MC 1PD 체제의 듀오 Gang Starr의 반쪽 Guru는 수많은 주옥 같은 라인들과 자신만의 목소리로 유명한 엠씨입니다. 그가 Gang Starr의 일원으로서 만들어낸 전설뿐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힙합 역사에 엄청난 기여를 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가 재즈 음악과 힙합/랩 음악을 접목시킨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Jazzmatazz, Vol. 1> (1993)은 역사상 처음으로 DJ나 프로듀서의 비트가 아닌 재즈 밴드가 참여했던 힙합/랩 음악 앨범으로, 여전히 수많은 재즈 랩 혹은 재지 힙합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과 아티스트들에게는 클래식 앨범으로 남아있습니다.


인트로부터 Guru는 이 앨범이 힙합과 라이브 재즈가 접목되었다는 점과, 힙합 음악과 재즈 음악 안에 숨겨져있는 철학적인 면에 대해 소개를 하는 나레이션으로 시작을 합니다. Guru의 랩은 그의 다른 작업물에서도 그랬듯이, 화려하기보단 오히려 매우 직선적인 플로우를 구사하지만 견고하게 구성되어있는 라임과 함께 비트과 궁합을 이루는 모습을 이 앨범에서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는 트랙 "Loungin'"에서는 Guru 특유의 멋스러운 가사로 앨범을 열어갑니다. 또한, 이 앨범이 하드코어 MC와 여유로움을 갖춘 재지한 사운드가 어떻게 하나로 조화를 이루었는지 확실히 보여주는 트랙이기도 합니다. "Transit Ride"는 Brooklyn에서의 거친 삶과 대중 교통에서의 사건들을 그려내며 주제의 긴박함을 줍니다. 이 곡에서 스크래치는 힙합다운 느낌과 함께 New York이라는 도시에서의 약간은 어두운 면을 형상화시키도록 도움이 되는 작용을 합니다. 유사한 주제의 트랙으로는,  "Down the Backstreets"가 있으며 이 트랙에서는 Guru가 자신이 '뒷골목' 출신임을 당당하게 드러낼 뿐 더러, 그의 출신과 다른 사람들을 비교하며 자신의 강인함을 증명합니다. 


도시와 게토의 삶을 논하는 주제뿐만이 아니라, 삶의 철학에 대해 다루는 트랙은 힙합다우면서도 재즈의 풍미가 얼큰하게 혼합되어있는 앨범임을 증명합니다. 예를 들면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No Time To Play"는 살아가면서 놀면서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점 그리고  "Take A Look (At Yourself)"에서는 자신을 돌아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리스너들에게 힙합 음악의 참된 면모인 철학적인 부분을 보여줍니다. Guru의 주 전공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하드코어한 랩핑을 볼 수 있는 "Slicker Than Most"나 "Le Bien, le Mal" 같은 트랙이 있습니다. 프랑스어로 '착한 사람, 나쁜 사람'을 뜻하는 "Le Bien, le Mal"은 프랑스 출신 랩퍼 MC Solaar의 참여로 트랙 내의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주며 Guru와 함께 랩을 주고 받습니다. 


하지만 힙합 앨범이라면 빠질 수 없는 러브 송은 역시 이 앨범에도 존재합니다. "When You're Near"에서는 그루비한 재즈 사운드 위에서 사랑 이야기를 전개시키지만, "Trust Me"에서는 씁슬한 맛이 섞여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인트로에서뿐만이 아니라 "Respectful Dedications"에서도 랩 대신 나레이션을 통해 Guru는 수많은 사람들을 언급하며 존경을 표합니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은 "Sights In The City"로, Guru는 게토에서 힘겹게 살아가며 삶과 죽음을 맞는 사람들의 눈물겨운 모습을 스토리텔링식으로 풀어나가며 다소 성급한 느낌을 주며 앨범의 끝을 맺습니다.


이 앨범은 초점은 Guru의 랩에만 있기보단, 수많은 재즈 아티스트들의 참여 또한 눈이 부십니다. 피아노와 트럼펫에 Donald Byrd, 키보드에 Simon Law가 있으며 색소포니스트 Brandford Marsalis, 건반에 Lonnie Liston Smith 그리고 비브라폰에 Roy Ayers 등 재즈 음악을 논할 때에 빠지지 않는 이름들을 이 앨범에서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들의 음악이 힙합 음악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는 점에 감탄과 박수를 보내 마땅합니다.


비록 당시에는 A Tribe Called Quest 혹은 Digable Planets와도 같은 아티스트들의 앨범은 재즈 음악을 샘플링하며 힙합과 재즈 음악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재즈 밴드와 함께 한 힙합/랩 음악 앨범은 Guru의 시도가 처음이라는 점에 공로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들쑥날쑥하기도 한 앨범 전개와 갑작스러운 앨범의 마무리가 아쉽게 느껴지지만, Guru가 힙합 음악에 있어서 (재즈 밴드와 함께 합작했다는) 실험적이면서도 (흑인 중심주의 그리고 올드스쿨 힙합 특유의 사운드를 표방하는) 보수적인 접근은 아직도 재즈 랩과 재지 힙합의 전신이 되고 있다는 점에 이 앨범을 또 하나의 상징적인 힙합 앨범이라고 칭하고 싶습니다.


Posted by. 이선엽


트랙리스트:

1. Introduction

2. Loungin'

3. When You're Near

4. Transit Ride

5. No Time To Play

6. Down The Backstreets

7. Respectful Dedications

8. Take A Look (At Yourself)

9. Trust Me

10. Slicker Than Most

11. Le Bien, le Mal

12. Sights in the City


(Guru - "Le Bien, le Mal" (Feat. MC Solaar) Music Video)


Artist: Ghostface Killah & Adrian Younge

Album: Twelve Reasons To Die (2013)

Label: Soul Temple Records/RED Distribution


수많은 힙합 팬에게 Wu-Tang Clan의 Ghostface Killah는 전혀 낯설지 않은 이름일 것입니다. Ghostface Killah는 Wu-Tang Clan뿐만이 아니라 솔로 활동으로도 유명하며, Wu-Tang Clan의 다른 멤버들과 비슷하게도 목소리에서부터 포스가 드러나는 랩핑과 깊이 있는 가사로 그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반면,  Adrian Younge는 Ghostface Killah에 비해 유명하지 않으나, 6-70년대의 싸이키델릭 소울에 기반한 독톡한 음악이 그의 특징인 프로듀서이자 작곡가입니다. Ghostface Killah와 Adrian Younge의 합작 앨범 <Twele Reasons To Die> (2013) 는 앨범 커버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음산한 분위기를 내뿜는 컨셉트 앨범이며, 같은 제목의 만화책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컨셉트 앨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그 분위기의 연속성과, 그러한 컨셉트와 분위기를 내포한 상태에서 이어가는 앨범의 전개, 그리고 그 컨셉트가 앨범의 아티스트에게 적합한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Ghostface Killah의 이름에서처럼 그는 살인자에 빙의된 듯한 가사와 잔인한 플로우는 마치 60년대 공포/액션 영화의 살인자로 빙의된듯 함을 방불케 합니다. Ghostface Killah는 이 앨범에서 그저 살인과 복수에만 대해 얘기하지 않으며, 이 앨범의 스토리 전개에서 중요한 일부분인 트랙 "The Center of Attraction"에서는 한 여자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보여주면서도, 그가 앨범에서 맡은 역할과 캐릭터를 잃지 않습니다. 이 앨범에서 Ghostface Killah의 비중은 그저 음악적인 활약뿐만이 아니라, Adrian Younge의 인스트루멘탈 위에서 그가 펼쳐나가는 스토리텔링이 더욱 큰 가치를 품고 있으며, 이러한 그의 능력은 단연 힙합 음악의 역사상 가장 탁월한 스토리텔러로 손꼽히는 이유입니다.


<Twelve Reasons To Die>에서의 프로덕션은 이탈리아의 작곡가 Ennio Morrincone의 음악과 많은 유사한 점을 담고 있으면서도, RZA의 냄새를 느낄 수 있는 힙합다운 면을 보여줍니다. Adrian Younge 자신도 한 인터뷰에서 이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으며 RZA와 Ennio Morricone에서 많은 영향과 모티브를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약간은 공포적이면서도, Ghostface Killah가 풀어나가는 피비린내 섞인 살인자의 이야기를 위한 배경이 되어주는 Adrian Younge의 프로덕션은 큰 결점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 앨범의 내용은 60년대 이탈리아의 한 살인자의 이야기로서, 그는 사랑에 빠졌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노리고 있던 DeLuca 가문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며, 그는 12장의 비닐 레코드로 남겨졌다가 그 LP가 플레이된 순간 살인자는 Ghostface Killah로 부활하며 복수를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음산하며 어두운 분위기를 내띄며, Adrian Younge의 프로덕션 위에 펼쳐지는 Ghostface Killah의 랩뿐만이 아니라 Inspectah Deck, U-God, Masta Killa 등 Wu-Tang Clan의 다른 멤버들의 랩을 들을 수 있으며 RZA의 나레이션은 스토리 전개의 맥락을 짚는데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합니다.


연속되는 분위기의 랩핑과 프로덕션은 컨셉트 앨범으로서 탁월한 수준을 자랑합니다. 만약 <Twelve Reasons To Die>를 하나의 앨범으로 듣는다면 킬링 트랙의 부재와 내용의 반복이 앨범의 가치를 크게 받아들이지 못 할 것입니다. 이 앨범은 오히려 한편의 영화로 여기며 가사의 한 단어도 놓치지 않고 상상 속에서 장면들을을 형상화시키며 듣기를 권하며, 이 앨범을 하나의 영화로 여기며 듣는다면 아마도 Quentin Tarantino 감독의 영화 <Kill Bill> 시리즈가 떠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플레이타임이 약 39분이 되는 이 앨범은 Ghostface Killah와 Adrian Younge이 주연과 감독을 맡은 한 편의 긴박한 영화입니다.


Posted by. 이선엽


트랙리스트:

1. Beware of the Stare

2. Rise of the Black Suits

3. I Declare War (Feat. Masta Killa)

4. Blood on the Cobblestones (Feat. U-God & Inspectah Deck)

5. The Center of Attraction (Feat. Cappadonna)

6. Enemies All Around Me (Feat. William Hart)

7. An Unexpected Call (The Set Up) (Feat. Inspectah Deck)

8. Rise of the Ghostface Killah

9. Revenge Is Sweet (Feat. Masta Killa & Killa Sin)

10. Murder Spree (Feat. U-God, Masta Killa, Inspectah Deck & Killa Sin)

11. The Sure Shot (Parts 1 and 2)

12. 12 Reasons to Die


(Bob Perry와 Andrew Kelley 그리고 Adrian Younge가 함께 공동 프로듀싱한 트랙 "The Rise of the Ghostface Killah"를 제외한 앨범의 전곡은 Adrian Younge의 프로듀싱을 맡았습니다)


Artist: Apollo Brown & Guilty Simpson

Album: Dice Game (2012)

Label: Mello Music Group


J Dilla의 고향이며 Royce da 5'9"과 Eminem을 배출해낸 도시 Detroit는 New York이나 Los Angeles만큼이나 힙합 음악과 엄청난 연관이 있을뿐만이 아니라, 지역적 그리고 음악적 색깔을 갖고 있습니다. 이 도시 출신 엠씨 Guilty Simpson은 2008년에 앨범 <Ode to the Ghetto> 싱글 데뷔를 하며 Detroit다운 스타일로 수많은 힙합 팬들에게 주목을 받으며 Detroit 대표 엠씨들 중 한 명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Apollo Brown은 Mello Music Group 소속 프로듀서이며 프로젝트 그룹 The Left의 <Gas Mask> (2010)로 유명세를 얻었고, 2012년에는 O.C.와 함께 한 앨범 <Trophies>에 이어 Guilty Simpson과의 합작 앨범 <Dice Game>을 발매했습니다.


Guilty Simpson의 랩핑은 직선적인 플로우와 직설적인 가사, 그리고 특유의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가 커리어를 통해서 만들어낸 자신의 이미지와 신실함은 Guilty Simpson만이 낼 수 있는 아우라를 뿜어냅니다. 전반적인 프로덕션은 Apollo Brown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둔탁한 드럼과 함께 얹어진 탁월한 샘플링에 화룡점정을 찍는 베이스라인을 손꼽을 수 있습니다.


첫 트랙은 스킷으로, 주사위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목소리가 들립니다. 스킷이 끝나기 무섭게, 그들의 고향 Detroit에 대한 곡 "Reputation"이 시작점이 되어 본격적으로 트랙들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Guilty Simpson의 랩핑과 Apollo Brown의 비트는 엄청난 궁합을 자랑합니다. "I Can Do No Wrong"에서는 그가 범죄에서 음악을 위해 살게 된 계기를 다루고 있으며, "Change"에서는 사람들의 삶의 어두운 단면과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며 변화를 향해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Neverending Story"에서는 자신의 삶을 끝나지 않는 얘기로 묘사하며 앞으로도 나아갈지 고민하는 모습, "Dear Jane"에서는 마약을 Jane이라는 이름의 여자친구로 의인화하여 이별을 고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How Will I Go"는 제목에서부터 예상할 수 있듯이 자신이 어떻게 나아가야할지에 대한 고뇌가 담겨져있는 트랙은 앨범의 마무리를 매듭 짓습니다.


앨범 전체의 총체적인 분위기는 90년대 붐뱁과도 매우 유사하며 Detroit라는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음악적 그리고 정서적 색깔이 뚜렷하고, 또한 개성이 살아있는 프로덕션과 랩핑을 맛 볼 수 있습니다. 피쳐링을 최소화시키며 그들만의 능력치가 노출되는 것을 극대화시켰으며, "Potatoes"에 참여한 Torae나 "Nasty"에 함께 한 Planet Asia는 Apollo Brown과 Guilty Simpson의 긴 여정의 흐름을 크게 방해하지 않습니다.


앨범 제목부터가 <Dice Game>, 즉 주사위 놀이를 의미합니다. 인생은 마치 도박이며, 손 안에 있는 아주 작은 것이 우리가 걸었던 모든 것을 판가름합니다. 모든 것을 잃게 될거라는 위험이 크지만, 만약 이기게 된다면 그로 인해 얻게 되는 것은 엄청난 액수입니다. 주사위를 던지기 전에 갖게 되는 긴장감과 기대감 그리고 도박의 결과를 인생이라는 은유를 품은 채로 수많은 얘기들을 풀어낸 이 앨범은 2000년도에도 여전히 90년대 황금기 시절을 신선하게 들려줍니다. 날마다 삶의 수많은 갈등을 맞이하는 어른이 되어버린 거친 남자의 이야기를 <Dice Game>에서 접해보시길 바랍니다.

Posted by. 이선엽

트랙리스트:

1. Freezing Dice

2. Reputation

3. Let's Play

4. One Man

5. I Can Do No Wrong

6. Potatoes (Feat. Torae)

7. Change

8. Dear Jane

9. Lose You

10. Ink Blotches

11. Neverending Story

12. The Cook Up

13. Truth To Be Told

14. Nasty (Feat. Planet Asia) 

15. Wrong Hand

16. How Will I Go


(Apollo Brown & Guilty Simpson - I Can Do No Wrong M/V)